자기장치료기 고르는 방법, 광고보다 먼저 확인할 5가지
얼마 전 외래 대기실에서 어르신 한 분이 허리 통증 때문에 자기장치료기를 사도 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광고에는 하루 20분, 앉아서 관리, 통증 완화 같은 말이 크게 보이니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료 현장에서 오래 보다 보면, 자기장치료기는 이름보다 ‘어떤 방식인지’와 ‘어떤 목적으로 허가된 제품인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먼저 제품 종류부터 나누는 방법
자기장치료기라는 말은 꽤 넓게 쓰입니다. 크게 보면 전원을 쓰지 않는 자석 제품, 전기 코일로 자기장을 만드는 펄스 전자기장 방식, 병원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자기자극 장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기대할 수 있는 범위가 다릅니다.
- 자석 팔찌, 자석 매트, 자석 패드처럼 항상 같은 자기장을 내는 제품
- PEMF, 펄스 전자기장, 전자기장 자극처럼 시간에 따라 자기장이 변하는 제품
- 우울증 치료나 신경 조절 목적으로 병원에서 쓰는 반복 경두개 자기자극술 같은 장비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 안내를 보면, 정적 자석 제품은 통증 완화 효과가 뚜렷하게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펄스 전자기장 방식은 무릎 골관절염이나 만성 허리 통증 같은 일부 근골격계 통증에서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 가능성이 보고된 연구들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의료기기인지 확인하는 방법
제품 설명에서 가장 먼저 볼 부분은 ‘의료기기’ 표시입니다. 단순 건강관리 제품과 의료기기는 관리 기준이 다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서 의료기기는 허가, 인증, 신고 같은 절차를 거치며, 제품마다 허용된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의료기기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허리디스크, 관절염, 신경통, 혈액순환, 염증, 불면까지 전부 치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허가된 사용 목적이 ‘근육통 완화’인지, ‘통증 완화’인지, ‘재활 보조’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광고 문구보다 허가 범위가 먼저입니다.
광고 문구에서 걸러야 할 표현
- 수술 없이 완치된다는 식의 표현
- 디스크, 협착증,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없앤다는 표현
- 암, 치매, 당뇨 같은 전신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표현
-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는 표현
실제 통증 환자분들은 원인이 하나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허리가 아파도 근육 긴장,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골다공증성 압박골절, 신장 질환까지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기 선택보다 먼저 통증 양상을 봐야 합니다.
사용 전에 병원 상담이 필요한 경우
자기장치료기는 비교적 편하게 느껴지는 기기지만, 모든 사람에게 무난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몸 안에 전기적 장치나 금속 삽입물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강한 자석이나 전자기장이 일부 삽입형 의료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 심박동기, 삽입형 제세동기, 신경자극기,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경우
-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 수술로 금속 고정물, 인공관절, 스텐트 등을 삽입한 경우
- 간질 발작 병력이 있거나 뇌 질환 치료 중인 경우
- 암 치료 중이거나 원인 모를 체중 감소, 야간 통증이 있는 경우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통증의 성격입니다. 다리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 대소변 조절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경우, 넘어지거나 충격 뒤 통증이 심해진 경우는 집에서 기기로 버틸 상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때는 자기장치료기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효과를 판단하는 현실적인 방법
기기를 이미 샀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면, 느낌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숫자로 보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통증을 0점에서 10점으로 적어두고, 걷는 시간이나 계단 오르는 횟수, 밤에 깨는 횟수를 같이 기록합니다. 2주에서 4주 정도 봤는데 통증 점수는 그대로이고 활동량도 늘지 않는다면, 방식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통증이 7점에서 4점으로 줄고, 10분 걷던 분이 20분을 걷게 됐다면 본인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약을 끊거나 물리치료, 운동치료, 주사치료 계획을 임의로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치료 계획 변경은 담당 의료진과 맞춰 가는 게 안전합니다.
구입 전 체크할 5가지
- 제품이 의료기기인지, 단순 공산품인지 확인합니다.
- 허가된 사용 목적이 내 증상과 맞는지 봅니다.
- 심박동기나 삽입형 장치와 관련된 금기 사항을 확인합니다.
- 반품, 보증, 소모품 비용까지 포함해 실제 부담을 계산합니다.
- 효과가 없을 때 병원 진료를 미루지 않을 기준을 정해 둡니다.
솔직히 자기장치료기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통증 관리에서 보조적으로 쓸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광고가 말하는 ‘편한 치료’와 실제 의료 현장에서 보는 ‘적절한 대상’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자기장치료기는 병을 스스로 진단해 주는 기계가 아니라, 원인을 확인한 뒤 필요한 범위 안에서 쓰는 보조 도구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가장 현실적입니다.